어깨산 (2025 0517)
갑자기 이틀 전에 천안아산 지역산악회 산내들에서 번개 산행 공지가 떴다. 안 그래도 가보고 싶었던 충북 옥천의 어깨산! 그래서 공지가 뜨자마자 원래 가려던 개인 산행 계획을 취소하고 나도 여기로 따라붙었다.
여기는 100대 명산도 아니고 별다른 인증지는 없지만, 얼마 전부터 일출/운해 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여섯 명.
천안에서 카니발을 타고 3시에 출발해서 4시 10분에 이곳 옥천 옻문화단지 주차장에 도착했다.
여기엔 어깨산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어떤 곳엔 어깨봉으로 나와있기도 하다.
어제저녁엔 비가 꽤 왔는데, 산행 시작하는 시간에는 모두 그친 상태다.
정상까지는 대략 1.5km
후기들 보면 보통 한 시간 정도 잡는다고 했다.
오늘은 내가 뒤에서 한보랑 널널하게 가야겠다.
개구리가 다 있네.
어릴 때는 시골 가면 곧잘 볼 수 있어서 많이 잡고 그랬는데, 90년 이후로는 시골가도 거의 보기가 힘들었었다. 이래 보니 반갑네.
몇몇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가파른 오르막을 치고 올라가다 보니 슬슬 동이 터오기 시작한다.
오늘 일출은 5시 20~25분이니까 여유롭다. 그런데 과연 해를 볼 수 있을까.
보면 좋고, 못 보면 또 어떠랴. 햇님 대신 달님 보는 지금도 이미 기분이 좋은걸.
이미 예술이다.
이제 오르막은 다 왔다. 오른쪽으로 고고~
앞서간 일행은 진작에 도착했고, 한보와 나도 산행 한 시간 만에 정상에 도착했다.
지도를 보고 위치를 가늠해 보니 아래가 금강이다.
저쪽 방향이 동쪽이긴 한데... 해를 볼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진 않는다.
5시 21분.
해가 떠오를 시각이긴 한데...
유심히 살펴보니 저 멀리 둥근 해가 빼꼼히 솟아오르는 것 같다.
정상 아래쪽에 뷰 포인트가 있어서 내려가봤다.
5시 34분.
와우!!!
햇님이 구름을 이겨냈다.
우! 와!
대단하다!
5시 46분.
해가 떠오르면서 점점 더 구름이 부풀어 오르는 것 같다.
멀리 보니 하늘 전망대 데크에 텐트 치고 비박하신 분도 계셨다. 대단 대단~
보고 또 보고 한참을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6시 13분.
해 뜨고 40분이 지난 시간.
충분히 눈에도 담고 사진도 많이 찍었다.
이제 먹자~
아니 와 어떻게 이렇게 멋지지
시간이 지날수록 금강에서 수증기가 점점 더 유입되나 보다.
진짜 어젯밤에 리더는 산행 취소하니 마니 걱정했다고 하는데.... 키야... 진짜 날 잘 잡았다.
보통 이런 주말 일출산행으로 여기도 꽤 많이들 오실 거 같은데, 오늘은 어젯밤 비도 꽤 왔고, 오늘도 계속 흐리다고 일기예보가 나와있어 그런지 사람도 별로 없고 한산하다.
441이 아니라 1400이라고 해도 믿겠다. 가성비 짱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햇빛을 받으니 같은 풍경이라도 더 빛을 받아서 예쁘고 멋지게 보인다.
다른 곳에는 날이 안 좋을 거 같아서 오늘 산행 취소한 분들도 많다고 들었는데... 이야... 진짜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 따라나선 산행길에서 정말 대박이 터져버렸다.
6시 45분. 이제 슬슬 내려가자.
이야... 진짜 다시 봐도 예술이다.
밑으로 조금 내려가니까 숲에 운무가 낀 게 눈에 그대로 보인다.
그리고 와... 금세 후텁지근해지네.
이게 그러니까 밑에는 금방 가열돼서 수증기가 위로 막 올라오는 건가 보네.
마저 다 내려가기 전에 다시 카메라를 들어 오른쪽 사진 찰칵!~
이제 호랑이굴 방향으로 내려가자.
많이 미끄럽다. 조심조심~
금계국 보니까 예전에 혼자 어비산, 유명산 갔을 때가 떠오르네.
7시 32분. 주차장 복귀 완료.
트랭글이 유료로 바뀌면서 무료 사용자는 휴식시간이 자동으로 집계가 안 되는 건가. 아... 앱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자동 휴식전환이 꺼져 있었구나. 오케이.
p.s.
예전에 용암사 갔을 때 정말 기가 막히게 멋진 새해 일출 운해를 봤던 기억이 있다. 월출산이나 운장산 서봉에서도 멋진 운해를 보기도 했고... 그런데 오늘... 와... 정말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진짜 천상계인가 싶은 그런 일출과 운해를 만났다.
온도, 습도, 바람, 등등등... 모든 게 완벽하게 딱 들어맞은 자연의 예술 작품이었다.
우리 공주님하고 한번더 오고 싶은데, 이게 정말 올 때마다 오늘 본 모습 그대로 볼 수 있다고 장담하는 게 안되니까...
진짜 예술이고 예술이었다.
감사한 하루.
고마운 하루.
기가 막히게 멋지고 좋았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