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2025~2026

계방산 (2025 0530)

오뚝이 명견 2025. 5. 3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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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는 많고, 당장 오늘 금요일도 휴가는 냈는데, 지난번 속리산 찍고서 등산 번아웃이라고 해야 할까... 여러 가지로 힘들어서 홍성 죽도로 섬 여행을 갈까... 그냥 아무 데도 가지 말까 계속 고민했었다. 

 

마음은 그다지 어느 산에도 가고 싶지 않은데, 몸이 일상의 루틴을 기억하는 건지 새벽에 눈이 떠져서 로봇처럼 등산을 나섰다. 

 

새벽 3시 반. 자동차 시동을 켜고 선택한 곳은 평창과 홍천의 경계에 있는 계방산이다. 

 

 

계방산 : 강원도 평창과 홍천 경계에 있는 산 (1,579m. 우리나라 5번째로 높은 산, 100대 명산)

코스 : 운두령 고개 (계방산 생태관리센터) ~ 정상 왕복
주차 : 무료, 화장실은 있으나 비추

특징 : 보통 한겨울에 눈 내린 뒤에 설산으로 자주 찾는 산, 혹은 노동계곡으로 여름에 물놀이하러 오기도 하는 곳인데 대부분 등산객들은 겨울에 찾는다. 최근 후기도 찾기 힘들었는데, 블랙야크 100대 명산 인증앱을 보니 그래도 통제 상황은 아니고 그저 요즘에는 찾는 분들이 많이 없구나 싶었다. 

 

 

 


 

 

 

6시. 운두령 고개에 도착했다. 

 

이곳에 주차하고서

 

등산로 입구로 간다. 

 

 

6시 7분. 

등산을 시작한다. 

 

 

계단 올라와서 뒤돌아 찰칵~

 

 

나무 사이로 올라왔던 고개 넘어 저 멀리 운해가 보인다. 

 

 

운전하고 오는 동안 감탄만 하고 말았었는데, 아직도 운해가 남아있네. 

 

 

계방산의 계자는 "계수나무 계"자라고.

 

 

이런 길 좋아하는 친구가 생각난다. 

 

 

계방산은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산인데, 운두령 고개는 최단코스로 시작점이 꽤 높다. 

 

현재 고도는 1,157m.  

 

정상 까지는 대략 4백 미터 정도 고도를 올려야 한다. 

 

 

40여분 정도 걸려서 쉼터에 도착했다. 지도를 보니 여기서부터 전망대까지가 약간 어려움 코스라고 나와 있다. 

 

 

 

슬슬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왼쪽 나무들 사이로 아직 남아있는 운해가 보인다. 

 

 

저기가 전망대인가 보다. 

 

 

지금 시각이 7시 13분이니까, 일출 시각 보다 2시간 정도 지났는데도, 운해가 아직 남아 있구나. 

 

운해 좋아하던 친구도 생각난다. 

 

 

 

줌으로 당겨볼까.

 

 

바람이 많이 불고 춥다. 

아 그래 등산 시작할 때 온도가 4도였다. 

또 감기 걸리면 안 된다. 보온에 신경 쓰자. 

 

 

 

정상 찍으러 가자. 

 

 

바래봉에서 봤던 거지. 

 

 

저기가 정상이겠다. 

 

 

 

쉬엄쉬엄~

대략 한 시간 반 걸려서 정상에 도착했다. 

 

 

풍차가 딱 하나만 보인다. 풍차만 보면 함백산이 생각난다. 그때 참 좋았고, 행복했었다. 

 

 

30분 정도 정상에서 시간을 보냈다. 

 

같이 못 온 친구에게 정상 사진을 보내고 싶지만, 괜히 그러면 안 될 거 같다. 출근 시간이기도 하고 약 올리는 거 같고... 그러지 말자.

 

이제 내려가자. 

 

아까 왔었던 전망대.

 

 

속리산 때는 산행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명도 보지 못했었는데, 그래도 오늘은 열 명 넘게 보는 거 같다. 

 

 

 

혼자 산행하는 길... 지난번 문장대 찍고 천왕봉 찍고 다시 돌아올 때부터 너무너무 씁쓸하고 여러 가지 상념 때문에 힘이 들었었다. 

 

그리고 오늘 다시 며칠만에 산에 왔는데, 내려가는 이 계단에서 갑자기 그냥 울컥했다. 

 

 

 

이제 운해는 걷혔고... 내 마음도 조금 진정이 되는 거 같다. 

 

 

 

 

 

나는 몇년 전부터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데, 오늘따라 커피가 생각난다. 작년에 모악산 갔을 때, 그리고 제비봉 갔을 때 커피 참 맛있었는데... 오늘따라 바닐라 라떼가 당긴다. 달달한 게 당길 때는 먹어줘야지. 

 

올까 말까 했었는데, 오길 잘했다. 


 

p.s.

 

산은 같은 산이라도 누구와 언제 어떤 코스로 어떻게 가느냐, 또 내가 어떤 상황일 때, 어떤 마음으로 가느냐에 따라서 참 느낌이 다르게 다가온다. 

 

 

한참 안 좋았을 때 등산을 시작했었고, 문득 내 사진이 하나도 없어서, 언제 어떻게 쓰일지 모르니, 인증 삼아서 정상석 배경으로 매번 억지로라도 웃으면서 사진 찍자고 시작한게, 어느새 3년이 넘어간다. 

 

 

다친 적도 많아서 등산을 쉰 적도 꽤 됐고, 여러가지 개인적인 일도 많이 겪었다. 

 

 

그래도 그때마다 그럭저럭 오뚝이처럼 잘 일어나곤 했는데, 이번에는 또 달랐다. 

 

인생 내내 항상 봄에는 안 좋은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만큼... 참 많다. 

 

이번에는 오뚝이 말고 그냥 좀 누워있고 싶고... 쉬고 싶고... 눈 딱 감았다가 뜨면 한 10년 지나 있었으면 좋겠는데...

 

허허... 어쩌겠나. 이 또한 내 인생인 걸. 

 

 

 

 


아프니까 청춘이라던데, 중년도 많이 아프다. ㅎㅎ

 

별 수 있나. 시간에 녹여내야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선배든 후배든... 동창이든 친구든 가족이든 어느 누구든 간에, 나를 알고 나와 관계 맺었던 사람들이 나에게 안쓰러운 마음이나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그보다는 그냥 고마운 마음, 좋은 추억들만 기억해 주면 좋겠는데... 그 또한 내 욕심이겠지 ㅎㅎ

 

 

 

욕심을 버려라.

 

 

계속해서 갈 수 있을 때 산에나 가자.

 

 

 

산이 있어서

 

산에 갈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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