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산악회를 통해서 변산반도 국립공원의 내변산을 다녀왔다.
. 산행 기록 (트랭글)
정상 찍고 하산할 때 트랭글이 꺼져 있는 걸 모르고 한참 내려왔다.
게다가 원점회귀를 했어야 했는데, 그만 길을 잘못 들어서 혼자 우회전해서 내소사 매표소 쪽으로... ㅜㅜ
그나마 빨리 내려온 편이라서, 그냥 걸어서 식당까지 가보기로 했다.
도로의 지열이 너무 뜨거워서 하산식 하기 전에 내가 바비큐 되는 줄 알았다. 크.
. 산행 일기
08시. 예상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
8시 8분 출입문 통과~
여기가 국립공원이었구나.
앞서 나가는 진학 형님. 이 뒤로 하산할 때까지 볼 수가 없었다. ㅋ
아. 물에 들어갈 수가 없는 건가.
계곡도 말랐네 말랐어.
그래. 어느새 입추가 지났지.
직소폭포를 향해 간다.
저 뒤가 관음봉 정상이구나.
등산한 지 약 3년이 안 됐는데, 해발고도 100m 아래는 처음 본 거 같다.
내 앞에는 진학 형님 한 분 (보이지도 않고)이고 내 뒤로는 아직 거리가 있어서 선녀탕을 다녀와 보기로 한다.
물이 말랐다. ㅜㅜ
돌아와서 조금 더 가다 만난 이정표.
직소폭포 이정표는 왜 없지?
아 직소폭포는 얼마 안 가서 금방 나왔는데... 역시 물이 말랐다.
그냥 덥다.
그나마 이런 숲 그늘이 계속 이어져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비상우회로가 안내되어 있는데, 계곡에 물이 거의 없어서 굳이 우회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우회한 길과 만나는 재백이 다리.
그래. 이제 본격적으로 올라가나 보다.
살짝 숨이 차오를 무렵, 재백이 고개 쉼터가 나타난다.
여기 좋네.
쉬면서 사람들을 기다리다가 다시 슬슬 올라가 본다.
땡볕은 싫어요.
그늘이 좋아요.
뒤돌아서, 왼쪽으로는 바다가 보인다.
다른 일행, 부모님과 아드님까지 세 가족이 오셨구나.
조망도 좋고 경치도 좋은데 너무 뜨겁다. 세 가족분들은 여기서 사진 찍으시던데, 나는 도저히 어후... 얼른 후다닥 올라와서 뒤돌아서 사진 한 장 찍고 다시 그늘로 대피한다.
관음봉 8백 미터 남았다.
관음봉 삼거리.
아... 내려가는 거 싫은데...
마지막 2백 미터.
처음에는 거의 트래킹 수준이었는데... 옷은 모두 땀에 젖었고, 가쁜 숨이 절로 나온다.
10시 5분. 대략 2시간 걸려서 정상에 도착했다.
덥다. 아니 뜨겁다. 얼른 저기 정상석 그늘로 가야겠다.
진학 형님은 벌써 가셨고, 나는 뒤에 일행을 기다리기로 한다.
이야... 얼음 막걸리에 최고 안주다.
11시 15분. 이제 하산한다.
밑에 보이는 절이 내소사인가 보다.
멋지네.
노래가 떠오른다.
비가 불렀나.
태양을 피하는 방법.
바보 같은 나의 모습~
태양이 싫어~
태양이 싫어~
저길 넘어가야 될라나?
저게 세봉인가 싶다.
뒤돌아서 지나온 길 찰칵~
자꾸 내소사가 눈에 들어오는데 멋지게 보이고,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게 내가 이때부터 뭔가 홀렸나 보다.
바짝 땀 흘리며 올라왔다. 드디어 세봉이다.
조금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가니
세봉 삼거리에 도착했다.
이제 와서 글을 쓰면서 보니까 여기 세봉 삼거리에서 가마소 삼거리 방향으로 가다가 세봉삼거리 갈림길에서 가마터 삼거리로 갔어야 되는구나. 나는 여기서 내소사 일주문 방향으로 오른쪽으로 틀어버리는 바람에 완전 반대 방향으로 가게 된 거였다.
그리고 다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려고 했었는데... 여기까지 다시 돌아오는 거였다면... 와우... 진작에 포기하길 잘했던 거구나.
무덥다.
바람 한 점 없다.
잘못된 길로 가는 줄도 모르고...
저 밑에 주차장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제 금방 내려가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이때까지도 잘못 왔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던 거다.
뒤에 오는 분들 감안한다고 카톡에다가 바람 한 점 없다고 하고, 더 이상 오르막은 없다고 남겼는데, 완전 다른 길에 대해서 썼던 거였다.
전망대에서 아래 마을을 내려다보면서 아 저 밑에 주차장까지 얼마 안 남았구나 생각했다.
가자 가자 내려가자.
아... 뭔가 이상하다.
트랭글을 확인해 보고... 이거 완전 반대로 넘어와버렸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아... 우식이 형이랑 코스 얘기할 때 내가 반대쪽 내소사에서 최단 코스로 짧게 찍고 오자고 했던 그 내소사로 내려왔던 거다.
내소사... 내변산...
착각 단단히 한 거다.
일단 우식이형 하고 통화하고... 다시 왔던 길을 올라가 본다.
겨우겨우 여기까지 다시 올라왔는데, 도저히 못 갈 거 같다. 아까 정상에서 동기 친구한테 음료수도 나눠줘서 내가 가진 음료수가 이제 없다. 안될 거 같다.
다시 10분 정도 올라갔다 온 게 타격이 컸다. 살짝 탈수 증세가 올 거 같다.
우식이 형한테 전화해서 미안하지만 반대편으로 내려온 나를 픽업해 달라고 부탁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오디주스는 그냥 생명수다.
이제 조금 살 거 같은데, 그래도 너무너무 덥다.
편의점을 찾아 들어가서 파워에이드 한 병을 그대로 원샷한다.
여기 정자에 앉아서 바람 쐬고 하니까 이제 좀 살 거 같다.
그런데 우식이 형한테 전화해 보니 그쪽도 코스를 헷갈려하신 분들이 있는가 보다. 다행히 내 쪽으로 넘어오신 분은 없는 거 같은데... 그쪽도 뭔가 문제가 있는 거 같다.
혹시나 싶어서 하산식 예약한 식당을 지도에서 찍어보니 여기서 걸어서 1시간 20분이 나온다.
몇몇 경우의 수를 따져보다가 내가 일단 식당 쪽으로 걸어가는 게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
4월에 걷기 대회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네비에 나오는 시간보다 내가 더 빨리 갈 수 있다는 판단이 든다.
그런데... 아 뜨겁다.
96년인가 97년인가... 여름에 현수랑 둘이 서울에서 춘천까지 자전거 끌고 가던 기억이 난다.
바다에 들어가라고 해도 못 들어가겠다.
오늘 저기를 오르락내리락했던 거구나.
지열은 너무너무 뜨겁고...
정말 비 오듯이 땀은 쏟아지고...
그래도 웃자고 즐겨보자고 마음을 먹고 이 지역 특징적인 건물들을 사진에 담아본다.
아... 그런데 너무 뜨겁다...
그리고 이제 거의 다 왔는데, 네비가 자꾸 엉뚱한 길로 안내해서 몇 번을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어쨌든 잘못 내려와서 너무 죄송하고 폐 끼치고 싶지 않았는데... 오히려 내가 먼저 와버렸네. 그나마 걸어오길 잘했다.
오. 드디어 화장실이 나타났다. 찬물 나오겠지... 정말 너무 뜨겁다.
일단 세수부터 하는데 밑에 호스가 보인다. 오예 감사합니다.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고 식당으로 향한다.
1층 지나서
2층으로 들어가니
그래. 이제 살았다.
p.s.
이번주는 아이 챙기고 머 이것저것 개인적으로 정말 너무 바빠서 산악회 따라 다닌뒤로 거의 처음으로 코스 숙지도 전혀 못하고, 후기도 하나도 찾아보지 못하고 왔다.
그래서 내소사와 내변산을 잘 구분도 못하고 길을 제대로 잘못 내려왔지만 그거도 핑계지 머.
미리미리 잘 챙기고 잘 준비했어야 한다.
회사 산악회가 보통 10~20명 정도 다니는데, 다들 등력이 완전 제각각이어서 다같이 함께 움직이는게 쉽지가 않다.
그나마 나는 등력이 좀 되는 축에 속하는데, 앞서 가는 사람이 이렇게 실수를 해버리면 안 된다. 그나마 바로 내 뒤로 따라오신 분이 없어서 천만다행이었던 거다.
운전도 그렇지만 등산도 마찬가지로 이제 좀 할만하다 싶을 때 더 조심하고 챙겨야겠다.
어쨌든 다들 사고 없이, 기분 좋게 잘 먹고 잘 마시고 어울리고 해서 다행이었고 감사한 하루였다.
오늘 하루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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