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방일지 (2023.05)
스포 있음
기본정보
편성 : JTBC 2022.04.09 ~ 2022.05.29 16부작
소개 : 견딜 수 없이 촌스런 삼남매의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러운 행복소생기
제작 : 스튜디오피닉스, 초록뱀미디어, JTBC스튜디오
연출 : 김석윤
극본 : 박해영
우연히 간만에 1년전 드라마를 보게 됐는데,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보고 있습니다.
처음에 볼 때는 아... 그래 좀 볼만하구나. 좀 보고 싶네... 그 정도였는데, 그렇다고 넷플릭스 시리즈 중에 막 다음편이 궁금해서 밤새 그걸 한번에 다 보고 싶은...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적당히... 적당히... 천천히 천천히... 마땅히 할 일은 없는데, 그냥 또 아무 의미없는 걸 보고 싶진 않고, 굳이 어떤 이야기든 딱히 30분 넘게 주의를 끌만한 게 떠오르지 않던 참에, 그래도 이 드라마는 좀 재밌네? 중간중간 대사들이 뼈때리는데? 그런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또 한번에 막 몰아보고 싶지는 않은... 저런게 현실에 있겠어 하면서... 한 번에 딱 하나씩만 보고 있었는데... 중간쯤 넘어가면서 부터 어쩌다 연달아 보게 됐네요. 어쩌면 별 내용도 없는 것 같은데 시작하니까 묘하게 멈출 수 없는 그런 느낌...그렇게 이제 12, 13화 연달아 보고 14화를 보다가 갑자기 글을 남기고 싶어서 적어 봅니다.
생각나는 대사들과 장면들을 적어 봅니다.
홀애비가 말이 되냐....애가 중2란다...
제 인생에서 가잘 잘한게 결혼이에요. 어디가서 이런 사랑스러운 아이를 만나겠어요.
그렇지. 이혼은 이혼이고 정말 아이가 인생의 큰 의미가 되고 전부가 되기도 한다.
추앙하다 : 누군가를 높이 받들어 우러러 본다는 뜻, 단순히 존경한다는 것을 넘어선 높은 수준의 경의의 표시
나를 추앙해요. 생경한 느김의 단어가 남녀 사이에 나왔다. 사랑해요. 존경해요가 아니라 추앙이라... 어떤 조건이나 대가가 따르지 않는다. 그런데 서로를 추앙하다 보면 그 어떤 얽매이던 것에서 해방감을 느낌과 동시에 자아가 충만해지고 자존감과 자신감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상하게 마주보고 앉는게 불편하더라고... 뭔가 전투적인 느낌이야. 공백없이 말해야 한다는 것도 그렇고...
지금은 새로운 인연을 안 만든지 오래 됐는데, 예전에는 나도 그랬던 것 같다. 공백이 불편하게 느껴져서 내가 먼저 말을 꺼내기도 했던 거 같은데... 그래서 가끔은 그냥 적당한 침묵을 즐길 줄 아는 사이가 감사하다.
예린이 정도 된다는 건 끌어야 되는 유모차 있고, 보내야 되는 유치원 있는 그런 여자라는 건데... 적어도 내가 괜찮다 생각하는 여자는 그 정도 욕심은 내도 되는 여잔건데... 근데 난 그걸 해줄 수 없는 남자란거.
뼈때리는 대사. 그 여자의 생각이 잘못된게 아니다. 그저 내가 못해주고 안해주고 안되는거지.
껍데기가 없어. 왜 되게 예의바른데 껍데기처럼 느껴지는 사람 있잖아... 그런데 이 사람은 껍데기가 없어.
나의 껍데기는 얼마나 두꺼울까... 극 중 염미정(김지원)은 사랑하는 남자에게 돈을 빌려주고서 그 빚을 고스란히 떠맡게 되었다. 그리고 추심을 받게 되는 우편물을 가족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구씨(손석구)에게 주소이전을 부탁한다. 드라마를 보면서 어느 순간엔 내가 염미정이 되고, 어느 순간엔 구씨가 되어 있다. 그러면서 내 껍데기는 얼마나 두꺼운지 가늠해본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3살 때, 7살 때, 19살 때 어린 시절의 당신 옆에 가 앉아서 가만히 있어 주고 싶다. 있어주네. 지금. 내 나이 아흔이면 지금이 어린시절이야.
그래. 오늘이 내 남은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다.
니 욕심 부정하지 말고, 맘껏 펼쳐 보라고. 너 부자 되잖아. 정아름이 안 미워한다.
일견 맞는 말이다. 관계중에 이상하게 꼴뵈기 싫고 더욱더 싫은 사람이 있다면, 어쩌면 나의 무의식에 있는 콤플렉스를 건드리는 사람일 지도 모른다. 예전에 나도 그랬던거 같다. 그냥 다 싫고 불편했는데... 돌이켜보면 그 사람은 아주 리더쉽이 있는 사람이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게 부담스럽고 힘든 I형으로 살고 있었을 때... 내 내면에서는 리더쉽에 대한 불만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 분은 처갓집도 아주 아주 부자였었구나.
해방클럽 부칙
조언하지 않는다. 위로하지 않는다.
해방클럽 강령
행복한 척 하지 않겠다.
불행한 척 하지 않겠다.
정직하게 보겠다. (자신한테만 정직하시면 돼요. 속으로)
내 스스로 나에게 정직하자. 적어도 내가 나는 속이지 말자 다짐해본다.
이 장면에서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엄마도 고생 참 많이 했는데... 한참 힘들때 너 하나 보고 버텼다고 그렇게 살아냈다고 하셨었다. 그렇게 시간 지나서 애들 키워놓고 보니 니들 아빠도 참 고생 많이 했고... 안돼 보이고... 이제 좀 살만하다 하셨는데... 엄마가 언젠가 그러셨다. 너 어릴때 참 고마웠다고... 부모가 느낄 수 있는 행복 많이 느끼게 해줬다고....내가 부모가 되어 보니... 내 어릴적 나는 참 자존감도 낮았었는데... 지금 보니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여러가지로 꽤 괜찮았구나. 엄마 아빠의 자랑이었겠구나... 싶다. 내 스스로 내 어릴적 나에게 위로를 건네본다.
내가 별거하고 다시 이혼을 물리면서 내가 그사람에게 했던 말도 떠올랐다. 당신은 당신 사명이라고 하면서 결국엔 하고 싶은대로 다 하고 사는거 아니냐.... 물론 당신도 힘들겠지... 그런데 나는... 내가 당신 집사냐 노예냐... 그래... 내가 엄마처럼 참고 살았다면 이혼하지 않았을거란 생각... 그 뒤로 많이 했었다. 그리고 난 도저히 더이상 그렇게는 못 살겠다는 결론이 들어서 이혼으로 내 나름의 해방을 찾았던 것 같다.
엄마가 슬쩍 한 번 볼께. 보면 알어. 짝인지 아닌지.
그래. 알지. 부모는 안다. 다 아신다.
돈많은 재벌집도 못하는게 자다 죽는거다. 내 꿈도 돌연사다.
나도 언젠가 갈 때는 자다 가는게 꿈이다...
그냥 무던히 보던 드라마였는데 생각지도 못한 장면이 갑자기 나와서... 미처 대비할 겨를도 없이 눈물샘이 터져버렸다.
이혼 후 엄마가 루게릭에 걸리시고, 2년 반 동안 여러번 119를 불러봤고, 또 한양대 병원 루게릭 병동에서 쪽잠을 자면서 참 많이... 내게 죽음이란 건 참 많이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러다 어머니 가시고서 연달아 같은 해 할아버지께서 가셨다. 그리고 그리고 나 또한 작년 가을쯤엔... 나도 이렇게 가는걸까... 가야 되는걸까...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리고 올 봄엔 할머니까지... 최근 2년 사이에 상을 세 번 치뤘다.
큰 일들을 겪고 나서, 숨겨왔던... 숨겨졌던 감정들이 나도 모르게 예기치 않게 터져나왔나 보다. 그리고 드라마를 멈추고 이렇게 글을 적어보고 있다.
문득 문득 사무치게 엄마가 그립다. 너무도 죄송하고 너무도 보고싶고...그냥 괜찮은데 어느날 어느 순간 갑자기 엄마 목소리 한 번 들었으면 싶을 때가 있다.
그냥 이혼하지 말걸... 그냥 나 혼자 애 키울걸... 반대하는 결혼 하지 말걸...
다 내 선택이었다.
없다. 적당한 때가
꿈에 나온 엄마 말씀대로 나는 아직은 갈 때가 아니다.
그냥 버티는 거고... 또 그렇게 살아내는 거고... 아버지... 동생... 그리고 내 딸... 또 나를 아껴주고 챙겨준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그렇게 나도 책임있게 ... 거창할 거 없이... 조금씩만 조금씩만 주변에 폐끼치지 말고... 하루하루 살아내는 거다.
이왕이면 웃자. 꼭 웃긴 일이 있어서 웃는게 아니다. 그냥 아무 이유없이 웃다 보면... 웃음도 이어진다.
드라마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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