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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하루하루

선입견 (2024 1208)

by 오뚝이 명견 2024.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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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계엄령이 내려진 뒤, 나 또한 촛불을 들러 서울에 가고자 했으나, 회사일과 아이 공부를 챙긴다고 가지 못하고, 교보문고에 가서 아이 문제집을 잔뜩 사서 복귀하는 길이었다. 

 

 

 

 

 

양손에 문제집을 들고 가는 길에 내 앞에 그림처럼 드러난 한 장면.

 

 

 

 

 

 

구세군의 자선남비애 웬 거지꼴 행색을 한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접근하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소아마비라서 말을 할 때 얼굴이 일그러지는 남자로, 대략 삼십 대 정도 나이가 될까 싶었다. 멀리서 언뜻 봤을 때는 속마음으로 웬 거지 같은 분이 구세군 자선냄비 앞에서 훼방을 놓는 건가... 안 그래도 속 시끄러운 시국에 저런 사람이 다 있을까 했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는데... 정말 내 얼굴이 다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러운 장면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 소아마비의 얼굴이 일그러지던 그 청년(?)이라고 해야될까 그 남자분이... 주머니에서 만원을 꺼내서 웃으며 자선냄비에 넣는데... 내 얼굴이 다 화끈거리고... 왜 그렇게 내가 부끄럽고 모른 체하고 피하고 싶던지... 

 

 

 

가까이서 본 그 얼굴은

 

정말... 너무도 해맑은 표정이었다. 

 

 

내 두손에 짐이 없었더라면 잠깐 멈춰서 사진이라도 찍고 싶었는데...... 아 정말... 나도 정말 속물이구나... 그리고 아... 진짜 이 세상은... 이 나라는 아직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굴러가는구나... 오직 본인만이 옳다고 군인까지 동원해서 권력을 휘두르는 대통령이나 그 주변 사람들도 있는데 반해서, 이렇게 또 총칼을 들지 않아도 그의 웃음과 행동 하나로 인해서, 보는 이마저 무장해제시키는 따뜻한 사람이 있구나.... 싶었다.

 

아주 짧은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그 짧은 순간에 나는 아직 이 세상이 살만하구나... 나도 아직 살고 싶구나, 살아볼 만하구나 하는 그런 몽글몽글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 또 이겨내겠지.

 

이 또한 지나갈꺼야... 이겨낼 거야.

 

 

 

 

 

 

 

 

감사한 하루...

 

고마운 하루...

 

그냥 나도 모르는 누군가가 그냥 그리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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