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덕산 (2024 1228)

25일 만에 산에 다녀왔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간 게 12월 3일 내란이 터진 날이었었네. 

 

일기예보상 토요일이 기온이 많이 떨어진다고 해서 살짝 고민하긴 했었는데, 그래도 너무 오랫동안 산에 안 가니까, 산에 가고 싶은 마음이 계속 조금씩 생겨서 이제 넘쳐흐를 거만 같았다. 

 

 

이런저런 세상사로 시간을 쪼개서 쓰고, 또 하루하루 요일을 보내고 하다가, 이날 만큼은 산에 가겠다고 마음먹은 토요일 오늘이 되었다.

 

마지막까지 충주 계명산을 놓고 고민하다가, 가까운 천안 광덕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트랭글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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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산 출발 코스는 강당골 계곡으로 잡았다. 

 

 

주차장 화장실에 잠시 들러서 채비를 갖춘다. 

 

 

새로 생긴 안내도가 있네.

 

 

11시 03분. 

본격 산행을 시작한다. 

 

광덕산 정상까지는 3.2km 라고 나와있다. 

 

 

그동안 춥다고 겨울산행을 기피하려는 마음이 컸었는데, 막상 바람 안부는 날 산에 오니까, 군데군데 하얀 눈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오랜만에 산에 오니까 확실히 힘들다. 

 

호흡이 늦게 터지는 느낌이다. 

 

그래도 이렇게 나무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보니 그냥 기분이 좋아지고, 자연스레 내 입꼬리가 올라감을 느낄 수 있다. 

 

 

이정표 글씨와 색깔이 맘에 든다. 

어느 공무원 분께서 정하셨는지... 아주 내 스타일이다. 감사합니다. ^^

 

 

아이젠은 가져왔지만 아직 꺼내진 않았고, 가볍게 다녀올 요량으로 스틱은 아예 가져오지 않았다. (다음부터는 꼭 갖고 다니자 ㅋ)

 

다시 봐도 이정표 참 예쁘다.

 

 

점점 숨은 차고, 헉헉 대고 있다. 

 

몸이 힘들수록 잡생각은 달아난다. 

 

그래. 예전에 여기 왔을 때 오른쪽으로 올라가다가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찾았던 기억이 난다. 

 

 

멋있다. 예쁘다. 감탄한다.

 

 

그래. 이거지.

이래서 산에 오는거지.

 

이제 좀 내려가야 한다. 

 

11시 42분.

공터와 정자가 나왔다. 

 

이제 광덕산 정상까지는 1km 남았구나. 

 

자. 올라가 봅시다. 고고~

 

슬슬 치고 오르는 경사가 가팔라진다.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천천히 왔는데, 이제 여기서부터는 아이젠 없이는 힘들 거 같다. 

 

올겨울 처음 아이젠 개시.

 

12시 11분. 정상에 도착했다. 

 

12시 21분.

이제 올라온 길 그대로 내려간다. 

 

 

아이젠을 벗었다. 

 

산 아래쪽은 한겨울에도 여전히 푸릇푸릇한 나무들이 많이 보였었구나.

 

 

아이젠 없이 내려가다가 연달아 세 번 넘어졌다. 

3년 등산하면서 처음 있는 일이다. 

 

문득 운전면허 따고 무사고 운전 3년에서 5년 넘어갈 때 가장 조심하라던 말이 생각난다. 

 

아 그래 내가 자만했구나.

너무 얕보고 있었구나. 

 

다음부터는 스틱도 꼭 챙기고 아이젠도 계속 신고 있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아직 얼지 않았구나.

 

문득 한여름 여기서 뛰어놀고 물장구치던 아이들이 오버랩되어 스쳐간다.

 

 

 

13시 10분. 

큰 탈 없이, 무사히 복귀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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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아마도 올해 마지막 산행이지 않을까 싶다. 

 

가기 전엔 살짝 고민했었는데, 막상 가니까 광덕산 잘 선택해서 다녀온 거 같다. 

 

 

멋모르고 처음이라고 무작정 따라다녔던 작년 겨울 산행이 춥고 힘들었던 기억이 많아서, 올해는 조금 자중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다녀오니까 바로 또 가고 싶어 지네.

올 한 해 참 다사다난하고, 회사일도 내 딸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별의별 일들이 참 많았었는데, 그래도 나름 잘 대처하고 마무리한 거 같다. 그래 잘 헤쳐 나왔다.

 

그래 잘 헤쳐 나왔다. 

 

이 정도면 선방한 거지. 

 

고생했다.

수고했어.

잘했다.

애썼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