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과 서울 양재에서 만나기로 저녁 약속이 잡혔다. 그래서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언젠가 해볼까 생각만 하고 있었던 광교산~청계산 25km 종주를 이참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산행 준비]
광청종주 또는 청광종주라고 불림
수원 광교산 (BAC 100+)에서 서울 청계산 (BAC 100)까지 약 25km 종주.
종주구간 내 5개의 산과 15개의 봉우리가 있음.
24년 9월에 BAC 앱에 광청 혹은 청광코스로 정식 종주코스로 프로그램 등록됨.
경기대 앞 반딧불이 화장실을 기점으로 블랙야크 청계산점까지 총 10군데 인증 포인트가 있음.
후기들을 보니 광청종주 구간에서 하오고개 이후 국사봉, 이수봉 가는 길이 가파르고, 이때 많이 털린다고 하니 초반에 너무 힘 빼지 않아야 한다고.
우리나라 유명 종주 코스인 불수사도북, 설악산 대종주, 지리산 화대/성중 종주, 덕유산 육구 종주 등을 도전하기 전에 초급 종주로 도전해 볼 만한 코스라고 함.
봄에 덕유산 육구 종주 다녀왔을 때 다신 종주 같은 거 안 한다고, 종주는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후기에 썼었는데 ㅋㅋ... 그래도 그때 경험을 바탕으로 등산화를 종주 목적으로 바꿔 신었고, 그사이에 설악산 공룡도 타고 왔고 하니 이번에는 그래도 좀 덜 힘들게 다녀오지 않을까 기대 ^^
[산행 기록_BAC]
확실히 덕유산 육구 종주보다는 쉽긴 했는데, 하오고개 이후 국사봉 오르는 길에서 쥐가 나기 시작하는 바람에 살짝 고생. 그래도 큰 탈 없이 다치지 않고, 털리지 않고 잘 다녀옴.
지난달 마라톤 풀코스까지 뛴 동창 재엽이랑 같이 간 게 신의 한 수였다는 생각. 확실히 이번 종주는 혼자였다면 제대로 산행의 묘미를 못 느꼈을 거 같고, 철인 재엽이랑 둘이 가서 여러 가지로 좋았던 거 같다.
[산행 일기]
신분당선 맨 끝에 있는 광교역에서 재엽이와 7시에 만났다.
7시 30분. 이동네 지역 전문가 재엽이 덕분에 경기대를 가로질러서 종주 들머리 반딧불이 화장실에 도착했다.
토요일 아침 이른 시각 내 오른쪽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다. 아~~ 울긋불긋 눈에 들어오는 색감이 아주 기분을 좋게 해 준다.
이런 노란색 표지목을 여러 개 만난다.
오늘 넘어 가야 할 15개 봉우리 중 첫 번째는 형제봉이다.
철인 3종 하는 재엽이와 함께 산행을 하니, 둘 다 서로 짬밥이 있어서 그런지 나름 사진 찍을 줄 안다. ㅋㅋ
형제봉 직전에 만난 조망 터
좋다.
반딧불이 화장실에서 약 한 시간 걸려서 형제봉에 도착했다.
이제 다음은 광교산 정상인 시루봉이다.
토끼재 방향으로 간다.
토끼재를 지나서 이제 마지막 정상 시루봉 백 미터 남았다. 정상 찍고 바로 그 방향으로 직진해서 알바했다는 후기를 봤던 게 생각난다. 정상 찍고 다시 이쪽으로 돌아와야 한다.
정상으로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간다.
다음은 백운호수가 있는 백운산이다.
이제 10시가 넘어가는데 아직도 살짝 추운 느낌이다.
11월 마지막주 내 생일이 있는 이 맘때는 항상 가을 느낌보다는 겨울 느낌이 드는 시간이 많았던 거 같다.
여기서 백운사 방향으로 가면 안된다.
그러면 이렇게 쭉~~~ 계단 따라 내려가게 되는데, 문득 5~6분 정도 내려가다가 느낌이 싸해서 다시 지도를 살펴보고 이곳으로 빽 해서 돌아왔다.
이정표 재확인하고 다음 바라산으로 간다.
저게 백운호수겠다.
둘이 오랜만에 만났더니 할 얘기가 많다보니 산행 내내 심심하지가 않다.
이런저런 사는 얘기들을 하다보니 참 둘 다 애썼다 애썼어. 그리고 지금 잘하고 있네 하는 생각도 들더라.
동병상련. 이심전심.
척하면척. 오케당케 ㅋ
밑으로 밑으로 365 계단을 내려간다.
이제 발화산과 하오고개를 향해서 간다.
살짝 가파른 구간 통과하고
낙엽 많은 숲길과 매트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계속해서 수다 떨고 하하하 중이다. 아직까진 둘 다 컨디션이 괜찮다. 좋다.
여기가 하오고개 인증 포인트다.
이 뒤로 만나는 국사봉과 이수봉까지가 꽤 힘들다고 들었다.
아 요때... 요기 올라갈 때 살짝 쥐고 나고 힘들기 시작했다.
둘다 페이스가 빨라서 상당히 빠르게 왔던 거 같은데, 여기서부터는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느긋하게 오르기로 한다.
13시 11분. 국사봉에 도착했다.
지하철 광교역에서 7시 조금 넘어 출발했으니 대략 6시간 남짓 걸렸구나.
쉬면서 에너지겔도 먹고 초코바도 먹고 주변도 둘러본다.
오늘은 낡은 맑은데 불어오는 바람들이 은근히 차갑다.
그래도 이렇게 좋은 날 맘에 맞는 친구와 오래 등산을 하고 있으려니 그냥 좋다. 즐겁다.
이수봉 가는 길도 가파른 곳이 많다.
1시 40분. 이수봉에 도착했다.
제때 만난 보약같은 음식들로 수혈 중이다.
막걸리 가득 한잔에 3천 원. 어묵 2천 원. 둘이 해서 만원. 만원의 행복이 따로 없다.
2시.
이제 청계산 정상 매봉을 향해 간다.
이 뒤에 여러 갈래 길이 나오는데, 보통 내가 봤던 후기들은 모두 오른쪽 길을 선택한 내용이었다.
우리는 짧은 길로 갈까, 우회하는 길로 갈까 고민하다가 마침 짧은 길에서 내려오는 등산객들이 있길래, 짧지만 위험하다고 표시된 길로 접어들었다.
과천 서울랜드가 보인다.
기가 막힌 조망을 본다고 이때까진 아주 분위기 좋았었다.
그리고서 이런 나무 표지목을 보고 이제 1km 남은 매봉을 향해 가보자 했는데, 어후~ 결과적으로 이 뒷길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위험한 길이었고, 청계산에서 시작하면 폐쇄된 안내판이 있는 그런 코스였다.
밧줄을 잡고 오르내리는 코스는 어떤 후기에서도 못 본 거 같은데...
눈앞에 새로 나타난 표지목을 보고 좋아라 했는데 다시 매봉까지 1km 남았다고 쓰여있다.
밧줄은 있지만 뭔가 이상하다.
올라가 보니 철조망들이 있었고, 살짝 무섭고 위험해 보였다.
그 뒤로 정신 바짝 차리고 둘이 집중 또 집중.
세 번째 표지목을 만났는데, 이번에도 서울 매봉까지 1km 남았단다.
다 넘어와서 뒤돌아보니 등산로 폐쇄 안내판이 보인다.
좀 더 내려오니 이런 안내도가 보이는데, 실제 우리가 다녀온 곳은 여기에 나오는 폐쇄된 코스가 아니라 중간에 가로질러서 석기봉을 찍고 오는 길이었다. 뭔가 안내도와 맞지 않는 거 같다.
문득 인터넷에서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빨리 죽는 이유라고 해서 스쳐 봤던 글이 떠올랐다. ㅋ
어쩌면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라고 둘 다 겁이 없어졌나 보다. ㅋ
어쨌든 산에서는 안전이 최우선. 조심하자 조심.
15시.
드디어 청계산 정상 매봉에 도착했다.
이제 서둘러 내려가자.
잘하면 사우나 들렀다가 애들 만나러 가도 되겠다.
15시 50분.
마지막 인증지인 블랙야크 청계산점에 도착했다.
휴~ 잘 끝냈다. 오 예~
청계산 입구역 바로 앞에 있는 호텔 사우나로 고고~
냉탕/온탕/냉온 냉온온 냉냉온~냉
아 좋다~
예약 잘했네.
진짜 꿀맛이네 꿀맛
2차 호프 맥주까지..
아 좋다~
p.s.
늦가을에 친구와 다녀온 광청종주.
그리고 이어서 동창 친구들과의 모임
예전에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는데도 그냥 좋네 ㅋㅋㅋㅋ
아마 평생 얘기해도 될 안주거리가 많은 사이라서 그렇겠지 ㅋㅋ
하하하하 그냥 정신없이 웃고 떠들고 친구들하고 오랜만에 정말 원 없이 웃고 즐겼던 거 같다.
정말 보약 같은 친구들이다.
오늘도 감사한 하루.
고마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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