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산 (2023 0813)
작년 9월에 갔다가 그 앞에서 버섯 채취한다고 입산 금지라고 하셔서 발길을 돌렸던 기억이 있는 백악산에 다녀왔습니다.
https://blog.naver.com/2002ych/222870976969
원래는 오늘 작년에 다녀온 칠보산을 가려고 간단히 준비해서 나왔는데, 등산로 입구에 주차할 곳이 없어서 (쌍곡휴게소 주차장도 만차라고 예약한 분만 가능하다고 하심 ㅜㅜ) 그냥 되돌아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선택한 곳이 막장봉 등산로 입구에서 약 20여분 거리에 있는 상주 백악산 코스였습니다.
백악산 : 충북 괴산군과 경북 상주시 경계 있음. 산 높이는 858m. 속리산 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봉우리로, 문장대에서 화양구곡으로 뻗은 능선에 솟아 있음. 백개의 봉우리가 있다는 백악산에는 약 40m 높이의 옥양폭포를 포함한 폭포 2개와 암봉 4개가 어우러져 경관이 빼어나다 (네이버 지식백과)
등산 코스
원점회귀가 아니라면
1. 초등학교에서 시작해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거나
2. 옥양동 정류소에서 시작해서 시계 방향으로 도는 코스가 있습니다.
저는 지난번에 알아두었던 코스로 옥양동 정류소에 주차하고서 초등학교까지 걸어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운동 기록 (트랭글)
오늘은 칠보산 찍고 계곡에 들어갈 생각으로 가볍게 준비를 해서 왔기 때문에 솔직히 이렇게 길고 오래 걸리는 코스라는 걸 알았더라면 시작 안 했을 텐데, 갑자기 정한 코스라서 이렇게 긴 코스인 줄은 몰랐습니다.
사진 후기 시작합니다.
1. 시작 ~ 대왕봉 (11:35 ~ 14:05ㅂ)
약 2시간 30분 소요
11시 30분에 도착해서 등산 채비를 챙겨봅니다.
마침 버스가 왔길래 한 정거장이겠거니 탈까 말까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걸어가기로 합니다.
지난번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왼쪽으로 보이는 이게 백악산인 줄 알았습니다. 다녀와서 확인해보니 아마도 트랭글에 나오는 암봉이 아닌가 싶습니다.
네이버 지도에는 따로 나오지 않습니다.
예쁜 초등학교를 보고, 계곡 물소리를 들으면서 쭉쭉 걸어갑니다.
작년 9월에 왔을 때 못가게 막았던 게 기억나서 작년 블로그 확인해 보니 버섯 채취 때문에 작년만 한시적으로 막은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때 그냥 등산하시는 분들도 있었던 거 같은데, 아마 작년 9월에 마을 분들을 등산객들을 꺼려하시고, 등산 다녀오시는 분들 일부에게는 가방검사도 하고 그랬나 봅니다. 저는 그냥 마찰 일으키기 싫어서 시작도 안 하고 발길을 돌렸던 거 같네요.
전원주택 앞에 여러 작물들 보이고 계곡에서 물놀이 하거나 쉬는 분들도 보입니다.
반대 코스로 와서 이 쪽 계곡에 입수해도 좋을거 같단 생각이 듭니다. 아 그러면 주차를 반대로 학교 근처에 하는 게 낫겠네요. 직접 오늘 다녀와 본 바로는 옥양폭포가 정말 모든 걸 끝내주는 것 같아서.... 옥양폭포에 입수를 한다면 제가 선택한 코스가 나은 거 같고 그러네요.
초반에 알바 많이 한다고 후기에 써있었는데, 저도 왼쪽으로 잘못 갔다가 다시 오른쪽 아스팔트 길로 들어서면서, 다른 분들 헷갈리지 마시라고 제가 가져온 등산 리본도 달아봅니다.
요 녀석이 많이 보입니다. 네이버렌즈로 찾아보는데 좀 헷갈립니다.
털머위인가 하고 일단 가봅니다.
사진상으로는 맞는 거 같은데, 더 확인하지 않고 발길을 재촉합니다.
가을이 오나 봅니다. 밤들이 익어가네요.
이웃님 후기에서 화살표 보고 왼쪽으로 가지 말라 했습니다.
이정표를 보고 백악산 방향, 오른쪽으로 향합니다.
털머위인지, 뚱딴지인지, 루드베키아인지... 사진들도 다 비슷하고 잘 모르겠습니다. 갈 길이 멉니다. 고고고
이 버섯이 많이 보이는데, 이름을 못 찾았습니다.
12시 30분. 주차장에서 시작한지 1시간 됐습니다. 이웃님 후기에서 본 폐가를 지나갑니다.
이 쪽으로 하산하면 이런 데 풍덩하면 좋을 거 같단 생각이 듭니다.
등산 내내 속리산 국립공원 리본이 많이 나와줘서 다행이었습니다. 없었다면... 어후... 꽤 힘들었을 거 같고, 이 산은 안내표지석이나 등산 리본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계곡 건너 리본이 보입니다. 이후로 이렇게 몇 번 좌우로 계곡을 왔다갔다 합니다.
해발 394m. 여기 산이 얼마 높이였는지 기억이 안났습니다. 이때만 해도 정류장에서 봤던 그 봉우리가 백악산이라 생각했고, 별로 안 높을 거 같아서 이렇게 계곡 타고 가는 게 그저 쉽게 만만해 보였습니다.
13시 05분. 초등학교에서 4km 넘게 왔습니다. 백악산까지는 2.8km 남았습니다.
자주 봤고, 얼마전에 찾아본 건데... 기억이 가물가물... 일단 고고고
이제 본격적으로 좀 오르나 싶었고, 숨이 차던 찰나 표지석이 나왔습니다. 해발 553m
문득 주차장에서 걸어오면서 왼쪽으로 봤던 봉우리들보다 한참 깊숙이 계곡 따라 들어왔단 생각이 듭니다. 좀 길게 가네 생각하면서 머 어쨌든 슬슬 조망이 터지려나 기대해 봅니다.
흐리고 습한 날씨에 평소보다 땀을 더 많이 흘리는 것 같고 힘들었는데, 잠시나마 트인 경치보며 힐링합니다.
천궁. 그래. 천궁이었지 맞장구 칩니다.
원추리인가 싶습니다.
빙고.
얼마 남은지도 알려주면 좋을텐데 생각하다가 아니 그나마 이정표라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여깁니다.
로프가 나오기 시작하네요.
본격적으로 나오는군요.
올라와서 숨을 고릅니다.
신기한 이름입니다. 몇 번 더 확인하는데 쪼그려 앉아있기 힘들어서 포기합니다.
원추리 안녕~
슬슬 힘이 듭니다.
백악산은 왼쪽으로 1.5km
그런데 오른쪽으로 등산 리본이 보입니다. 트랭글로 보니 저 방향에 대왕봉이 있습니다. 가방이랑 스틱 여기 놔두고 가볍게 해서 가봅니다.
슬랩구간과 로프가 나타났습니다.
올라가 앉아서 잠시 뒤를 돌아봅니다.
이어서 다시 위로 마저 가봅니다.
14시 05분. 대왕봉입니다. 2시간 반 정도 걸렸네요.
2. 대왕봉 ~ 덕봉 (14:10~14:45)
약 30~35분 소요
대왕봉에서 돌아와서 배낭과 스틱을 챙깁니다.
능선 타는 길이 살~짝 아찔합니다.
위치상 속리산 능선 자락 아래 마을 같습니다.
꽃며느리밥풀. 이름 참 신기합니다. 꽃말이 여인의 한이네요. 히익.
덕봉 가는 길... 난이도가 꽤 있습니다.
고개 숙이고 가려니 좀 낮습니다. 그냥 등산화 믿고 오른쪽으로 올라서 바위 밟고 지나갑니다.
저기 위에 덕봉이 있는 느낌입니다.
사이 벌어진게 한 30~40cm 되려나... 아이들이나 여자분들은 조금 무서워할 수도 있겠습니다.
덕봉입니다. 트랭글에는 돔형봉으로 나옵니다. 날이 흐려서 이웃님들 후기에서 봤던 360도 조망 맛의 그 경치를 다 담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빗방울이 한 두 방울 떨어집니다. 가져온 우비는 차에 있는데...서둘러서 이제 백악산 정상을 향해 갑니다.
3. 덕봉 ~ 백악산 정상 (14:55 ~ 15:20)
약 25분 소요
오늘 산행 중에 처음으로 계단을 만났습니다. 감사 감사~
고사상에 올리는 돼지 머리 같습니다.
뒤돌아서 덕봉을 다시 봅니다.
어떻게 가라는 건지...
트랭글은 암반 위로 올라가라는 길인데...
뒤돌아 가봤지만 엄두가 안납니다.
분명히 리본이 여기로 안내해준건데...
어떻게 어떻게 해서 지나가보니 다시 리본이 보입니다. 가져온 제 리본이 한 5~6개 된 거 같은데, 여기에 마지막으로 걸어둡니다.
생각보다 높은 산이었네요.
칠보산 생각하고서 330mm 파워레이드 2개, 330mm 생수 1개, 에너지겔 1개, 포도당 사탕 5개 정도 챙겨 왔는데, 정상에서 마지막 남은 물을 다 먹었습니다. 오느라 너무... 힘들었거든요... 산 전체적으로 습해서 땀도 많이 흘렸고, 이렇게 긴 코스라고 미처 생각 못해서 더 힘들었던 거 같습니다.
비 오기 전에 서둘러서 하산합니다.
4. 정상 ~ 옥양폭포 (15:20~17:00)
약 1시간 40분 소요
이정표를 보니 옥양폭포까지 4km가 넘습니다. 작년에 민주지산인가... 거기 삼도봉 찍고 내려가는 길이 꽤 길었던 거 같은데... 그때 느꼈던 좌절을 다시 떠올립니다.
아... 다시 오르막이라니... ㅜㅜ
헐...... 내리막이 있는 줄만 알았는데... 깊은 좌절을 느꼈습니다.
이쪽으로 오르는 코스도 만만치 않겠구나 생각합니다.
기력을 많이 소진했는데, 옥양폭포까지 3.8km 남았다네요. ㅜㅜ
마실 게 하나도 없는데... 절망적입니다.
헬기장입니다. 문득 저도 여기서 누군가 와서 구출해 주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냥 지금이 꿈이라고 누가 깨워주면 좋겠습니다.
여기 좀 너무 했습니다.
칠보산 못 갈 거 같았으면 그냥 돌아갔어야지 후회되는 생각부터,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 이 세상은 매트릭스일까... 새로 나온 무빙이 재밌다던데 나오 붕 ~~ 떠서 가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 등등등 온갖 잡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런데 얼마 안 지나서 그런 잡생각마저도 머리에 담을 힘도 없습니다.
이제는 그냥 가는 겁니다.
솥뚜껑 바위랍니다. 아 네.
사진 찍고 머 하고 할 힘도 없습니다.
1km 가서 풍덩할 생각 밖에 안 납니다. 너무 볼품없으면 안 되는데... 계곡물은 안 좋을 텐데... 한 모금만이라도 먹어도 될까... 안 되겠지... 일단 물에 들어가기만이라도... 부디... 제발...
와... 수량이 풍부합니다. 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더 이상 사진 찍을 힘도 없습니다. 안전한지 쓱 훑어보고 바로 입수합니다.
와...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5. 옥양폭포 ~ 주차장 (17:39~17:45)
5분 소요
폭포에서 30분 넘게 있다가 하산을 시작합니다. 바로 아래로도 계속 물놀이할 만한 포인트들이 몇 군데 나옵니다.
이 녀석은 크게 짖지도 않고 저를 반겨주네요. ㅎㅎ
오늘 산행은 기억에 손꼽을 정도로 정말 힘들었습니다. 날은 습하고 거리는 생각보다 길고 그래서인지, 또 정상 이후 능선길이 오르락내리락이었는데 마실 게 없다 보니 정말 제 체력의 한계를 실감했습니다. 지리산, 설악산은 당분간 생각안하기로 했습니다. ㅡㅡ
하지만 산행 마지막에 만난 옥양폭포가 오늘 산행의 안 좋은 기분을 모두 한 번에 다 날려 주었습니다. 정말 최고였습니다. 👍
다음부터는 여름 산행에 탈수 현상 나지 않게 더 준비하고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더불어서 여름에는 계곡산행이 진리이구나 새삼 느낀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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