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준산/연암산 (22.02.06)
많은 사람들이 잘 안 가보는 산인지
산행 후기나 정보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
블로그 후기 몇개 본 바로는
연암산을 먼저 오르고 이어서 삼준산을 올랐는데
산이 높지도 않고 그래서
등산을 하다만 느낌이라 하셨나?
그 말에 꽂혀서 어차피 겨울산행이고
어제 그제 눈이 쌓였을 테니
좀 낮은 산으로 서해 조망이 확보되면 좋겠다
생각하고 여기를 택했다.
지도상으로는 지난번에 갔던
가야산_석문봉_옥양봉에서
기가 막히게 감동받았던
그 경치도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등산코스를 잘못 잡아서
고생 고생 생고생
혹한기 산악 극기훈련하고 왔다.
정말... 힘들었다.
맨 처음 장요리에 있는 주차장이다.
연암산을 코스로 잡는다면
여기보다는 더 올라가는 게 좋다.
하지만 난 삼준산 정상을 공략하고
연암산을 찍고 돌아내려 오려는 생각이었기에
여기다 주차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중간에 이 사진을 얼마나 다시 꺼내보고
확인하고 확인했는지...
나의 목표는 화계사 옆으로 해서
저 붉은색 점선길이었는데
저 길을 찾지 못해서
왔다 갔다... 왔다갔다... ㅜㅜ
첫 시작은 여기서 갈림길이다.
연암산이 목적이라면 왼쪽으로
차 끌고 더 올라가는 게 완~전 좋다.
다녀와보니 완~전 완~전 그렇다.
나는 오른쪽으로 직진~
여기까지는 그냥 모든 게 좋았다.
날씨도 시간도 길도 공기내음도 그냥 다 좋았다.
아이젠도 준비는 했는데 아직은 배낭에~
화계사다.
화계사 뒤로 길이 있던가 싶어서 근처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지도를 확인했ㅆ따.
그래 화계사 가기전에 오른쪽으로 가다보면
길이 나온댔지. 그래 그래~
여기까지도 좋았다. 그냥 다 좋았다...
다시 갈림길이다.
어디로 가야되나?
도립공원이나 국립공원이 아니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도 아니다보니
친절한 이정표는 기대하기 힘들었다.
아이젠을 착용할까 말까
흠... 설마 이게 길이겠어?
편백나무 조성지라고 아까 써있던걸 본 거 같은데
이 곳 나무들을 베어갔나부다
생각하며 오른쪽 큰길로 들어서던 찰나
이게 뭐지?
해석이 안된다.
내가 올라온 길을 되돌아가야 삼준산이라고?
그리고 방금 본 저 비탈길도 길이란건가?
뭐지?
오른쪽으로 가다 보면 정상가는 길들이 여럿 있다.
시간도 많은데 큰 길로 가보자.
다시 왼쪽을 쳐다봤지만 엄두가 안난다.
근데 저 발자국은... 흠... 일단 무시...
등산 초보가 상대할 ~ 어 노우~
그리고 이제 아이젠을 착용해보자.
겨울산행은 참 손이 많이 간다.
옷도 자주 갈아입어야 하고
짐도 뺐다 넣었다 해야 되고
아따 손 많이 가네.
쿠팡에서 사긴 했는데
그건 사실 보험용이었지
정말 쓸 생각은 별로 없었는데
작년 11월에 사고 한 번도 안써본
아이젠을 결국 꺼낸다.
또 다시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올라가야 되나?
오른쪽인가?
왼쪽이 정상공격 길인가?
역시 이정표는 어디에도 없다.
조금 헉헉대며 올라가니 ... 아이고...
처음엔 그래 이 길이야 했는데
무덤뒤로는 발걸음이 없다.
아 이제 슬슬 조금 힌든데...
허허 ㅋㅋ
다시 빽빽빽~
다시 여기까지 내려왔다.
아 어디지?
그냥 연암산 입구길로 다시 길까
도 다시 지도 확인
아 마침 등산객 두 분이 지나가시길래
삼준산 어디로 가야 되는지 아시냐고 여쭤봤더니
한 분은 연암산에서 시작하셔서 모르신다 하고
뒤에 오신 분은 저 밑에 있다고 하신다.
그래 다시 내...려...가...자...하고
백여미터 또 내려가다가
이건 아니다 싶었다.
화계사를 지나서 오른쪽으로 가야 되는 건데
화계사 밑으로 다시...
이건 아니다 싶었다.
벌써 시간이 꽤 흘렀지만 다시 곰곰이
등산코스를 확인한다.
결국 여기까지 다시 또 올라왔다.
아이젠은 벗었는데 다시
껴야겠단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흠...
그래 저 길이었다.
저 발자국들...
눈길을 헤치고 간 사람들이 있었다.
하아... 근데 내가 가능할까?
미치겄다.
숨이 차다. 숨차다. 숨차.
금방 땀난다.
아이젠 다시 착용하고
깜박했던 등산 스틱도 배낭에서 꺼냈다.
이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어디로든 가야된다.
이제 와서 포기하긴 너무 싫은데...
힘들었다. 힘들었어.
다리는 푹푹 빠지고
엉덩이도 뻐근하고 종아리도 뻐근하다.
베이징올림픽 시작했다는데
나도 나만의 올림픽인거냐...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하아 하아가 아니다.
뜨어하 뜨하 이건 뭔 소리냐
아 힘들다. 진짜 그냥 눈 앞에 산이 있어서
뒤돌아갈 수 없어서 그냥 가는거다.
10미터 전진하기가 힘들다.
그나마 앞에 있는 발자국과
산악회 리본들이 이정표가 되어 준다.
진짜 어떻게 저 비탈길을 올라왔는지
내가 지금 어디있는건지
와 진짜...
치악산이 생각났고
속리산이 생각났는데
거기는 힘들걸 예상이라도 해서
마음의 준비라도 했었지
이건 머야... 와...
드디어 능선에 왔다.
와...
진짜 내가 올라온게 등산 코스이긴 했네.
근데 내려가는건 못하겠다.
너무 위험하거든.
능선을 따라 삼준산을 향해 고고씽인데
거 참 산길 백미터는 경우에 따라서는
평치 천미터 같다.
정상 언제 나오니?
언제 어디냐고?
헉... 헉... 뜨...헉
힘들다고...
잠깐 조망포인트에서 찰칵하면서 숨을 고르고...
저기가 정상이구나.
정상에서 실컷 사진을 찍긴 했는데
생각보다... 기대보다... 땀흘린 것보다...
별로였다.
아저씨분들이 조촐하게 모여서
간단히 회포 푸시는데 방해되지 않게
적당히 사진찍다가 발길을 돌렸다.
나도 배가 고픈데...
무게를 느끼면서 가져온 뜨거운 물이 캬...
라면에 김밥... 기가 막힌다.
기가 막혀.
후루룩 냠냠...
쓰레기를 챙기고 잠깐 고민한다.
연암산... 꼭 가야돼?
너무 땀이 많이 났고...
체력소진이 큰데... 흠...
내가 여기를 죽기전에 또 오겠어?
아... 니... 극히 확률이 낮지.
그래 서둘러 보자 고고씽.
오늘 아이젠이 한 몫 톡톡히 한다.
고고고~~~
조망 포인트가 간간히 나오는데
시간이 없다 고고고~~~
순간순간 바람이 상당히 쎄다.
서두르자. 서둘러.
정자가 있는 포인트에 내려와서
어르신 두 분을 만났다.
아이젠을 풀고 옷차림 정비하는데 인사하신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나도 바로 인사드린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디 삼준산에서 오셨나?
네~
와 거기서 시작했으면
눈길에 힘들었을텐데
젊은이니까 되는거지.
아 네~ 힘들더라구여.
근데 막상 정상도 그리 볼 것도 없고...
거기가 그렇지 .
근데 젊은이는 그냥 운동 삼아 산타는거지?
네 그렇죠...
짧은 대화를 마치고 든 생각.
그래 오늘은 운동한다 생각하고 온 거니까
그래 그 목표 제대로 달성한거지.
근데 이제 내려갈까 연암산까지 갈까.
다시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는 안올거 같단 생각에 다시 고고고
뒤돌아서 찰칵~
저기 저 하얀데를 오른거였던가?
미쳤구나 미쳤어.
천장사를 찍고서
그 주위에 난 길을 찾아서 다시 서두르는데
시간은 없고 체력은 바닥났고...
저기 정자에서 조금 쉴까 했는데
마침 당근마켓 약속을 저녁에 잡았는데
좀 더 일찍 안되시냐고...ㅜㅜ
그래 좀 더 힘내자.
다시 한 번 삼준산쪽을 바라본다.
내가 저기를...
무식하면 용감하다던가...
미친거였어...
얼른 연암산을 향해 고고씽~
다른 분 블로그에서 본 거 기억은 났는데
불교신자가 아니다보니 이게 뭔지는...
시간이 없다. 허리 허리 허리 업
또 봐도 미친 거였어.
중간 조망포인트에서 실컷 사진을 찍다가
더 여유부릴 시간이 없단 생각에
땅땅한 다리 부여잡고 고고고
드디어 정상 도착
통신 시설이 있구나.
저기 멀리 보이는 데는 가야산일텐데
나무들에 가려서 사진을 못 찍었다.
이제 다시 아까 거기 조망 포인트가서
적당히 시간보내고 가야지하고
하산하는 찰나
눈발은 날리고
거기서 또 실수
내가 올라온 길이 돌 바위 좀 힘들었는데
정상에서 보니 철제 보호 난간 길이 있는거다.
그래 내려갈 땐 저기로 가자...했는데
이게 눈이 있다 보니 길이 쉽게 인지가 안된다고
변명을 해보지만서도
결국 길을 잃었다.
어차피 하산길인데... 방향은 잡았는데
으아... 쉽지 않네...
눈이 없다 뿐이지
삼준산 오를때의 그 비탈 낙엽길을
반대로 내려가는 거다.
하아...
등산화야 미안하고 고맙다.
결국 천장사 뒤로 내려오게 됐다.
숨고르고 조용조용... 조심조심...
조망 포인트 다시 못 들른건 아깝지만
어쩔 수 없고 이제 집에 가야지.
아까 연암산을 가려고 한다면
아래 주차장이 아닌
여기까지 오는게 좋겠다는...
내려오는 길이
지난번 오서산 처럼 경사가 급하다.
무릎 아프니 뒤로 걸어가자.
이제 다시 여기까지 왔다.
아... 불과 몇시간전에......
여기가 거긴데
저 하얀 산비탈은 진짜 아니었다.
p.s
그냥 산 조망은 산 정상보다는
연암산 가는길에 있던 조망 포인트 두어 곳
그리고 연암산~삼준산 능선 중간에 두어 곳
그게 훨~~~~씬 낫고
정상은 체력운동으로 생각하고
한 번 찍는거라는 생각이 좋겠다.
다시 보는 삼준산
다시 보는 연암산
아마 두번 다시는 저런 눈비탈길은 안갈거 같다.
오늘 제대로 경험하고 간다...
남들보다 두배는 되는 시간인듯
오늘도 산행은 예상보다 힘들었지만
많이 배우고 경험하고 많이 느끼고 간다.
산아 고맙다.
흠...
생각보다 하산을 빨리 했으니
어디 맛집이라도 가보자.
그래 어죽이 좋겠다.
그래서 찾은 덕산에 있는 어죽가게
4시반인데 나 말고도
테이블이 여럿이라뉘.
정말 맛집인가?
정말 맛있더라.
민물 새우 들어가서 그런가.
어우 맛있었다.
오늘은 이렇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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