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위해서 7~8월에 휴가를 며칠씩 끊어서 총 11일을 내게 됐고,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원래는 7일을 계획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리 됐다. 입사한 지 19년 만에 두 달간 7일도 처음 있는 일인데, 11일이라니...
사실 회사일이 조금 걱정되기도 했는데, 내가 하는 일이 인류사에 족적을 남기는 일은 아니지만, 질풍노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내 딸과 보내는 지금 시간은 내 딸에겐 인생에서 상당히 중요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회사에는 조금 미안했지만... 여하튼 나름 시간 잘 보낸 거 같다. ^^
마침 오늘은 여름휴가의 마지막 날이면서 개학날이어서 아이 학교 데려다주고, 나는 대야산에 가서 등산하고 용추계곡에 풍덩하고자 계획했는데, 갑자기 일정이 생겨서 휴게소에서 청화산 늘재 원점회귀 코스를 선택하고 다녀왔다.
청화산 : 블랙야크 100대 명산 (970m)
들머리 : 백두대간 늘재(경북 상주시 화북면 장암리)
날머리 : 원점회귀
[트랭글 기록]
[산행 일기]
10시 30분.
백두대간 늘재에 도착했다.
원래 이웃님들 후기를 보고, 조항산까지 연계산행을 하려고 아껴뒀던 곳인데, 갑자기 오늘 원점회귀 코스를 선택해서 오게 됐다.
역시. 멋지군.
청화산 후기를 검색해 보면 최근에는 최단 코스로 원적사에서 원점회귀하는 후기가 많이 보였는데, 오늘 내 상황에는 여기서 원점회귀하는 게 맞겠다 싶었다.
10시 34분.
현재 온도 33도. 크 덥다.
그럼 시작해볼까. 고고고~~~
뜨거운 태양을 막아주는 소나무 숲이 반갑고 고맙게 느껴진다.
산행 시작한 지 5분 안 돼서 만난 이정표.
정상까지 2.2km 남았다고.
숲 속에서 새들과 매매들이 일제히 나를 반겨준다.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니 그냥 좋다.
10시 51분.
늘재 혹은 늘티재에서 8백 미터 왔고, 이제 정상까지는 1.8km 남았다.
슬슬 가파른 경사가 나오시 시작한다.
뭐가 나올까?
오. 조망터다.
왼쪽 뒤로 내가 가야 할 곳을 슬쩍 보고
본격 경치 감상.
속리산 방향이구나.
기분 좋게 쉬었으니 또 가보자.
원츄리 같은데.
계속 나오네.
원츄리쪽 친구 맞군.
와우... 비슷한 밧줄 가이드 구간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아따 숨차네.
저기서 좀 쉬어가야겠다.
좋다.
그런데 덥다. ㅋ
또 쉬어갈까나.
오면서 봤던 휴게소 쪽이구나.
와우. 그늘에서 부는 산들바람...
잠깐이지만 아 좋네~
아..
잠깐 좋다 말았네.
무슨 밧줄이 또 나오지... 크...
너무 덥다. 저기는 생략하고 지나가자.
끝까지 이런 식인가.. 캬...
이런데 누구랑 같이 왔으면 장난 아니었겠다. 혼자 오길 잘했네.
게다가 능선에서 뱀이라니.
와우. 깜짝 놀랐네.
이거도 계속 나오네.
며느리밥꽃풀인가 그거 아니면 각시붓꽃 같은데... 며느리가 맞는 거 같은데 찾아볼까...
꽃며느리밥풀이구나. 작년에도 몇 번 봤었지. 이제는 기억할게.
밧줄은 진짜 끝까지 나오는구나.
이야.. 대단하다.
정상 전에 헬기장이 있다고 한 후기가 생각난다.
헬기장 뒤에는 금방 정상이랬지.
그러네.
사진 찍고 인증 하고 잘 쉬었으니, 이제 옷 갈아입고 다시 내려가자.
아 여기가 원적사 갈림길이었구나.
내가 왔던 늘재 방향, 오른쪽으로 고고
갑자기 매미 둘이 내 발 앞에 툭 떨어져서 움직이질 않네.
올라올 땐 그냥 저냥 올라왔는데, 내려가는 길은 상당히 미끄럽다.
잠시 멋진 조망들 다시 눈에 담아보고
서두르지 말고
사진 찍으면서 호흡 고르고
천천히 조심조심 내려가자.
오늘 더웠다. 정말 더웠다.
그런데 이런 숲 그늘에서 아주 잠깐 부는 산들바람은 어느새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 같았다.
흠...
스틱 아래에다 던져놓고 내려가야겠다.
하산하면서 작년에 왔었던 백악산 날머리 쪽에 있는 옥양폭포를 차 타고 가서 들를까 말까 잠깐 고민했었는데, 뒤에 일정이 있어서 그냥 바로 가기로~
p.s.
오늘 청화산은 올라갈 때는 한 분도 만나지 못했고, 내려올 때 딱 한 분 만났다. 그만큼 인기가 없거나 최소한 한여름에는 선택하지 않는 산인가 보다.
조금 길게 탄다면 조항산과 대야산 밀재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시작점이긴 한데, 들머리부터 정상까지 계속해서 등산화가 없으면 안 되는 코스들이 나온다.
길게 못 타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오늘 짧고 굵게 계획한 대로 다치지 않고 잘 등산하고 온 거 같다.
오늘도 좋았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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