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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책

최근에 읽은 책 (2025 01)

by 오뚝이 명견 2025.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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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오늘은 산에 가려고 했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 가지 못했다. 
 
대신에 최근에 읽었던 책들을 기록해 두기로 했다. 
 
밀리의 서재 전자책을 통해서 네 권을 읽었다. 그리고 추가로 종이책으로 한강 작가님의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1월 말에 기록을 남기려다가 지금 기록을 남기려는 생각이 든 건 오늘 아침에 끝낸 한강 작가님의 노벨상 작품 '채식주의자' 때문이다. 
 
 
 
 

 
1. 좋은 생각 (밀리의 서재)
 
이 책을 보면 먼저 군대 생각이 난다.
 
1998년 가을, 한양대 화공과 2학년 2학기에, ROTC를 붙었긴 했는데, 나는 내 전공이 맘에 들지 않았다. 마침 IMF시즌이었고, 결국 고3 수능과 재수 수능에 이어서 세 번째 수능을 또 봤다. 점수는 계속 올랐고, 군대 문제를 해결해 놓고 다시 내가 원하는 한의대를 가자고 마음먹고 여러 알바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나서 군생활 내내, 그리고 제대한 뒤, 2001년에 다시 내 인생 네 번째 수능을 보고 상위 1% 안에 들었지만 전국 어느 한의대에도 입학할 성적이 되지 못했다. 그땐 허준 드라마도 인기였고, 한의대가 정말 인기가 좋았다. ㅜㅜ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다시 한양대 화공과에 복학해서 세상에 굴복하려 할 때 건대 의대 충주 캠퍼스에서 추가합격 전화는 왔지만, 난 부모님께도 얘기하지 않고 그냥 가기 싫어서 거절했었다. (지금도 나는 후회가 없는데, 이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뭐라 한다 ㅎㅎ) 그 뒤로 나름 현실과 타협하고, 복학해서 학점을 땄고, 영어 점수를 따면서 여자친구도 사귀고, 이수학이라는 이름으로 나름 사교육계에서도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도 했었다. 
 
그리고 30대에도 외롭고 허전할 때면 늘 가까운 데 있었던 책이 바로 이 '좋은 생각'이다. 결혼한 뒤에 와이프에게 같이 읽어보자고 권하려는 마음에 정기 구독을 하기도 했었는데, 결과적으론 항상 내 서재에서 내 손에만 들려있던 책이었다.
 
그런 책이 밀리의 서재에서 내 눈에 띄었던 것이다.
 
그냥 반가웠다. 
 
언젠가 내가 다시 집을 사서, 다시 내 보금자리를 만들면 내 서재에 다시 정기구독으로 이 책들이 꽂혀지길 소망한다. 그래... 정말로 내 집을 사야겠다. 앞으로 2년 안에 내 집을 사서 이 책을 내 서재에 다시 꽂겠다는 목표를 되새겨본다. 
 
 
2. 홍학의 자리 (정해연, 밀리의 서재)
밀리의 서재에서 소설 랭킹 몇 위 쯤 했던 거 같다. 그냥 잡혀서 읽었는데, 가독성이 좋아서 술술 읽었던 거 같다. 마지막 반전이 뭘까 하고 기대했었는데, 생각했던 거랑 달라서 놀라긴 했다. 전체적인 구성이나 문체들에 있어서 이 스피디한 시대에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무언가를 아는 작가 같다. 흡입력이 있고, 적당한 재미가 있다. 킬링 타임용으로 좋다.
 
 
3.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 (이정모, 밀리의 서재)
 
유투브 채널 '보다'에서 뵀던 이정모 관장님.
 
이제 현역에서는 은퇴하시고 유투브 채널에서 몇 번 뵀었는데, 기본적으로 똑똑하시고 서글서글한 인상이었던 걸 기억한다. 순간 호기심으로 핸드폰 앱에서 선택해서 봤는데, 읽는 도중에 계속해서, 분명 활자책인데도 계속해서 관장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ㅎㅎ
 
좋은 분이시다. 
 
주제는 딱 어느 하나가 아닌 여러가지... 관장님 생각나는 대로... 선택하신 거 같고, 역시 남는 시간에 킬링 타임용으로 읽기 좋았다.
 
4. 녹나무의 여신 (히가시노 게이고, 밀리의 서재/종이책)
 
내가 좋아하는 4대 작가 (김진명/베르나르 베르베르/김형경/히가시노 게이고) 중의 한 명의 책이다. 
 
의도한 건 아닌데, 내 딸은 히가시노 게이고 책을 나보다도 많이 읽은 거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중에 '녹나무의 파수꾼'이라는 책을 재밌게 읽어서 딸에게도 추천해 줬었는데, 역시 재밌게 스르륵~ 하고 읽었나 보다. 서점에 데리고 갔을 때, 녹나무 시리즈 두 번째라고 나온 이 책을 잡길래 사줬었던 게 몇 달 전이었던 거 같다. 
 
마침 최근에 내 핸드폰 밀리의 서재 앱에서도 보이길래 나도 선택해서 읽어 봤다.
 
굳이 이전의 '녹나무의 파수꾼'을 보지 않아도 이해하는데 무리는 없을 거 같은 책이다. 
 
단편 단편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책이고, 일본작가의 책이라서 주인공 이름 외우는 초반만 신경쓴다면, 역시 킬링 타임용으로 쑥~~ 하고 읽을 수 있는 책이다. 
 
p.s.
읽는 도중에 ... 책 주제와는 상관없을 수도 있는데... 그냥 잠깐잠깐 돌아가신 엄마가 떠올랐다. 
 
5. 채식주의자 (한강, 종이책)
 
노벨상을 받은 책.
 
작년 말 회사 회식 때 이벤트에 당첨돼서 받았다. 
 
중 3 딸내미가 유투브로 채식주의차 책 후기들을 봐서 대충 무슨 내용인지 안다고, 아빠도 얼른 읽어보라고, 그다음에 같이 얘기해 보자고 했던 책이었는데, 딱히 손에 안 잡혀서 몇 달간 선물 받은 종이봉투 안에 그대로 있었더랬다. 
 
(며칠 전에 딸아이가 한강 작가님 말투 흉내를 내길래... 빵 터져 웃기도 했었다.)
 
들리는 소식으로는 이게 머 청소년이 읽으면 안된다고 금지했다더라... 외설적이다... 등등 귓등으로 흘려듣고는 했는데, 갑자기 기숙사 방 한편에 있는 종이봉투 안의 책이 궁금해져서, 선물 받은 지 두세 달 만에 읽게 됐다. 
 
책은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 이렇게 세 개의 단편이 묶여서 하나의 책을 이루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들이 하나로 묶여지는데, 각각의 중심 화자는 영혜의 남편, 형부, 언니로서 모두 실제 주인공 영혜가 아닌 가족이자 제삼자인 사람들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다 읽고 나니까 마지막 나무불꽃 편의 한 구절이 내 눈을 사로잡았고, 이렇게 후기를 남기게 이끌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살아갔다. 등뒤에 끈질긴 추문을 매단 채 가게를 꾸려나갔다. 시간은 가혹할 만큼 공정한 물결이어서, 인내로만 단단히 뭉쳐진 그녀의 삶도 함께 떠밀고 하류로 나아갔다. 

(채식주의자 나무불꽃 편 영혜 언니 인혜의 말)

 
 
에코페미니스트인 영혜란 인물을 접하고서, 아 그럴수도 있지... 그럴 수 있지... 하지만 100%는 아니야... 그 남편도... 형부도... 순간순간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100%는 아니었다.. 그런데 영혜의 언니 챕터인 '나무불꽃' 편에서는 그냥... 동질감을 느끼고 공감하기가 매우 쉬웠다... 특히 이 구절은 정말... 띵... 잠시 멈춤.... 100% 였다.  
 
 


p.s.
 
책들을 읽으면서, 활자 중독에 대한 욕구를 해소함도 있었지만, 내적으로 뭔가를 채운다는 기분이 들어서 좋기도 했다. 
 
특히, 채식주의자에서 빵 터졌던 몇몇 가지들... 뭐랄까... 기분... 내 경험... 대리 공감... 등등등을 통해서 생각할 거리를 얻어서 좋았던 거 같다. 이어서 유투브로 독서 후기를 몇 개 찾아보니, 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막연한 것들을 일목 요연하게 정리해 주신... 대단한 분들이 있어서 감사하기도 했다. 
 
한 때는 영화를 보면서 너무 분석적으로 보려고 하다 보니...그게 고된 노동이었고 시간이 너무 걸리는 일이어서 힘들기도 했었던 적이 있다. 그러다가... 그냥 일반 시청자의 입장, 관객의 입장에서 편하게 보자 하고, 마음 놓고 쉽게 쉽게 보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책 역시도 그런 거 같다. 내가 전문적인 비평가도 그런 쪽에서 일하는 사람도 아닌데, 그저 읽고 보고... 그때 그때 내적인 친밀감이나 공감... 또 뭔가 화두를 던저주는 거...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거 같다.
 
 
 
아무튼 내가 읽었던 책들에 나오는 사람들 모두에게 연민을 느끼지만... 특히 영혜 언니, 인혜가 꽤 오래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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