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7일 추석을 앞두고 미리 엄마 모신 효원 납골 공원을 다녀왔습니다.
다녀오는 길에 동생과 아버지 모시고 식사를 어디 가서 할지 미리 봐둔 몇몇 음식점을 얘기하는 도중에. 별안간 아버지께서 옛날 구두공장 할 때 같이 일하던 고모 기억하냐면서 이 근처에서 식당 한다고 거기 가보자 하십니다.
보통은 이모 이모 많이들 하는데, 저희는 엄마가 8남매 첫째에 밑으로 이모만 여섯 분이라 공장에서 일하던 분들을 고모라고 불렀습니다.
특히 이 날 만나러 가는 고모는 다른 분들 다 나가고 마지막으로 나가신 분인데... 대략 어림잡아 한 10년 있으셨던 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게 제 기억으로는 20년도 더 됐는데 어떻게 연락이 닿았는지 아버지께 여쭤보니 우리가 고모라고 불렀던 그분께 올해 들어 우리 엄마가 자꾸 생각났다고... 그래서 물어물어 아버지께 연락이 왔다고 하십니다.
와... 어떻게 여기 향남에 계신가 하면서 신기하다 신기하다 하면서 찾아보니 향남터미널에서 몇 블럭 안 떨어진 가까운 곳입니다.
세상에나. 지난 번에도 추모공원 왔다가 터미널 근처에서 밥 먹었는데. 와우.
아파트 앞 식당가가 많은 곳입니다.
저희 집에서 한 10여년 일하셨을까... 저 중/고등학교 때 고모 고모 부르면서도 제가 은근 까칠하게 굴었던 기억이 납니다.
생각해 보면 엄마가 저녁밥 차려주고 같이 먹어야 되는데, 엄마 일한다고 바쁘다고 고모가 대신 저희 밥 차려준다고 올라와서 그러는 게 싫었던 기억이 납니다.
고모 고향이 주문진이라 엄마 아버지 친구분들 거기 자녀들까지 여럿이 주문진으로 놀러 갔던 기억도 납니다.
너무 오랫만인데... 만나면 어떤 기분일지... 어떤 모습일지....
또 한편으로는 좀 더 잘 된 모습 보여드리면 좋을 텐데... 여러 생각이 다 듭니다.
아버지는 식당도 크고 손님도 꽤 있다고 좋아하십니다.
막상 고모를 만났는데...
뭐랄까... 그냥 신기합니다.
저야 회사에서 여러가지 음식들 자주 먹는데, 아버지나 동생은 이런 찌개나 전골 음식 먹을 기회가 별로 없었다고 아~ 맛있다 맛있다 하면서 잘 드십니다.
고모는 호박 식혜도 싸주시고, 한사코 저희 음식값을 받지 않으셨습니다.
오랜만에 본 고모는 제 기억 속 고모랑 얼굴도 그대로고 다 그대론데... 키가 생각보다 작으셨습니다.
그만큼 제가 큰 거겠죠.
아버지가 아까 추모공원 엄마 앞에서 어떻게 그렇게 고생만 하다 갔냐... 딱 10년만 더 있다가지 했었는데... 딱 10년만...
봄에 할머니 하늘나라 보내드리고 얼마 안 지나서 엄마가 제 꿈에 아주 생생하게 나왔었는데, 어쩌면 그때 고모한테도 찾아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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