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내고 함백산을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태백산까지 다녀오려 했으나,
함백산이 워낙 짧고 강렬해서 그런지
1일 2산은 무리라는 내면의 소리에 따르기로 하고
무리하지 않고 대신해서 오랜만에 겨울바다를 보고 왔습니다.
1. 위치 및 소개
함백산 : 1,572m. 강원도 태백시와 정선군의 경계에 있는 산. 우리나라에서 6번째로 높은 산. 100대 명산.
주차 : 최단 코스로 만항재 쉼터와 태배선수촌 사이에 등산로 입구가 있는데, 대략 5~10대 차량 정도 갓길에 주차 가능. 이곳에서 출발하면 대략 왕복 1시간 거리에 다녀올 수 있음.
2. 등산 코스
최단 코스는 만항재 쉼터에서 태백선수촌 방향으로 좀 더 올라가면 등산로 입구가 있는데, 네이버 지도상으로는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산214-24 부근으로 나옴. 또는 태백선수촌 찍고 가다 보면 대략 등산로 입구로 보이는 곳을 쉽게 찾을 수도 있음.
주차할 곳이 없거나 길게 타고 싶으면 만항재 쉼터에서 출발하기도 하고 혹은 아예 만항재 쉼터에서 길게 창옥봉 찍고 함백산까지 가기도 함.
3. 기록 (트랭글)
왕복 1시간 정도에 이렇게 가성비 나오는 산은 아마 없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너무 만만하게 보고 아이젠도 안하고 스틱도 안 가지고 올라가서 그런지 두꺼운 옷에 몸은 둔했고, 생각보다 은근히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정상석에서는 몸이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세서 깜짝 놀랐습니다.
짧지만 강렬했던 함백산 다녀오느라 나름 꽤 에너지를 많이 쓴 거 같았는데 트랭글은 눈치를 못 챈 거 같습니다.
4. 사진 일기
다른 후기들에서 봤던 최단 코스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저 밑에서 올라올 때는 별로 눈이 없나 싶었는데 올라와보니 예상과 다르게 날은 화창하고 상고대가 활짝 펼쳐져 있었다. 그렇게 흥분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 밖으로 나왔더니 어찌나 바람이 세던지... 준비해 간 옷을 더 껴입고 등산을 시작했다.
30분이면 정산 간다는 생각에
얼른 다녀와서 태백산을 갈 생각으로
아이젠과 스틱 모두 차에 놔두고 출발했는데
5분도 안돼서 아차 싶었다.
잠깐 고민했지만 추운 날씨에 다시 뒤돌아가는 건 또 귀찮기도 해서
그냥 더 빨리 가자는 생각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피나무라고 적혀있는데 앙상한 나뭇가지만 봐서는 나중에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안된다.
고로쇠나무.
저 밑에 지방에서 본 거 같은데 여기에도 있구나.
아는 이름이라 반갑긴 한데 역시 옷을 다 벗고 있어서 원래 모습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서리꽃이 열렸다.
상.고.대.
베이스 레이어, 미들 레이어...
유튜브로 보고 듣고는 했지만
이런 동계 산행은 사실 처음이다.
지레 겁먹고 옷을 너무 바리바리 껴입었나.
조금 덥네.
멀리 풍력 발전소 풍차도 보인다.
저 위가 정상인가 보다.
태백선수촌 방향
와.
여기 정상석 사진 찍으려고 딱 올라오니까 바람이 어찌나 강한지 내 몸도 휘청거린다.
분명히 오르기 전에는
다음 선택지는 태백산 유일사로 가는 것이었는데
정상석에서 강펀치 바람 수차례 맞고서 내려오니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지금 시간이 9시 50분인데......
괜히 뒤돌아보고 사진 몇 장 찍으면서
머리를 굴려본다.
내려가서 가면 11시...
태백산 4시간 잡으면...
아 배고플 텐데... 흠...
다시 또 아이젠 차고 머 하고...
이런 멋진 상고대를 본 적이 있던가.
처음이다.
이 짧지만 강렬한 기분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데
태백산으로 덮어버리면 되겠는가
그래...
1일 2 산은
난 아닌 거 같다.
배방산 다녀와서도 다른데 안 가는데
그냥 여운을 즐기자...
근데 또 이미 정상에서 내려와 버렸네.
차라리 정상에서 좀 더 있을걸 그랬다 크.
상고대 구경이나 좀 더 하자.
터벅터벅.
다 내려왔다.
이제 결정의 순간.
그래 차라리 겨울바다 보러 가자.
내 MBTI가 ISTJ에서 ISFJ를 거쳐 10년전 부터 INFJ로 살아오는 동안 내성적인 I와 계획적인 J는 바뀐 적이 없다.
원래 계획과는 다르지만 이게 최선이다.
혹시나 하고 찍어뒀던 동해안 맛집과 몇몇 해수욕장 주변을 빠르게 검색하고 최단 거리에 있는 곳으로 방향을 잡았다.
목표로 한 곳은 월천해수욕장.
대략 1시간 10분 20분 정도 거리다.
7번 국도 따라 겨울바다 좀 보고 근처 맛집을 들렀다가 복귀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
그래 이거다.
월천해수욕장은 들어갈 수가 없었고,
그 밑으로 좀 더 내려갔더니 정말 기대하지 않았던 환상저인 뷰포인트가 나왔다.
태백산 안 가길 잘했다.
아껴뒀다 다음에 가지 머.
p.s.
1일 2 산은 나와는 다른 사람들 얘기인 거로.
1시간 만에 함백산에서 짧고 강렬한 가성비 눈꽃산행에 이어서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오래간만의 겨울 동해바다를 보고 나니 오늘 거의 머... 말로 형용할 수가 없이 좋았다.
함백산.
짧지만 강렬했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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